우리의 상식을 뒤흔드는 돈의 비밀
빚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요? 투자의 첫 성공은 정말 행운일까요? 왜 한국 주식 시장은 유독 더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우리는 돈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사실부터 완전히 착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거시 경제 1타 강사로 불리는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오건영 단장과의 인터뷰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통념을 깨고, 자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그의 놀라운 인사이트 3가지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통찰: '빚'은 위험한 불이지만, 잘 쓰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빚'은 피해야 할 대상, 위험한 존재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오건영 단장은 빚, 즉 레버리지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핵심에는 '인플레이션'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건의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지만, 뒤집어 보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내 돈 2억에 빚 1억을 더해 3억짜리 집을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시간이 흘러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집값이 10억이 되었다면, 1억이라는 빚의 무게는 10억이라는 자산에 비해 실질적으로 훨씬 가볍게 느껴집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부채의 실질적인 부담이 '녹아내린' 것입니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오면 화폐 표시 자산인 부채의 실질적인 부담이 녹아 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불이 위험하듯, 빚의 양면성은 정반대의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만약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3억이었던 집값이 반 토막 나 1억 5천만 원이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빚 1억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제 1억이라는 빚의 실질적인 무게는 자산 가치를 압도하며 거대하게 느껴지고, 결국 공포감에 못 이겨 가장 낮은 가격에 자산을 팔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저점에 파는 문제”)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오 단장이 빚을 '불'에 비유한 이유입니다. 초보 투자자가 빚을 내어 투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합니다. 그러나 내 집 마련과 같이 장기적이고 필수적인 목표를 위해서는,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빚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화폐 가치 하락 시대에 자산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통찰: 투자의 첫 성공이 가장 위험한 이유
초보 투자자가 우연히 큰 수익을 경험했을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야수의 심장' 상태입니다. 이 위험한 자신감은 두 가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집니다. 바로 특정 자산에 모든 것을 거는 ‘쏠림 투자’와, 빚을 끌어와 판을 키우는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입니다.
오건영 단장은 여기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연히 얻은 큰 수익은 '투자의 재능'이 증명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투자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할 소중한 '종잣돈'이 마련된 것입니다.
야수의 심장을 갖고 있구나... 한 번 더 튀기면 된다라는 생각이 들 수가 있어요. 그래서 솔림 투자를 하는 사람들하고 분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하고 보면은 결국에는 스터디를 많이 한 사람들이 점점 더 분산을 하게 되거든요.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장기적인 투자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시장의 '컬러'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언택트' 열풍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던 반도체 산업이 불과 1~2년 만에 과잉 공급 문제로 고전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시장의 변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겸손한 자세로 꾸준히 공부하며 분산 투자를 하는 것만이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입니다.
세 번째 통찰: 왜 한국 증시는 미국보다 더 크게 흔들릴까?
"미국 증시가 오를 땐 덜 오르고, 내릴 땐 더 크게 내린다." 많은 한국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이 현상에는 명확한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성장의 70%를 '소비'가 차지합니다. 소비는 경기가 아무리 안 좋아도 급격하게 줄어들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반면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수출은 상대국의 경기에 따라 크게 좌우되므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오건영 단장은 이 구조를 아주 직관적인 예시로 설명합니다. 바로 “미국의 소비가 1%만 줄어도 한국의 수출은 훨씬 큰 폭으로 주저앉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중국 경제와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대미 무역 흑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는 다시 미국 경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습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성장이 더 탄탄하고 안정적인 미국 시장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구조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가 시장의 단기적인 등락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며, 거시 경제의 큰 흐름을 읽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분산 투자를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됩니다.
결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
빚을 무기로 활용하는 법, 첫 성공을 종잣돈으로 삼는 겸손함, 그리고 우리 시장의 구조적 특징에 대한 이해. 이 세 가지 인사이트를 관통하는 핵심 원칙은 결국 '꾸준한 공부를 통한 분산 투자'입니다.
오건영 단장은 이를 '어항' 비유로 설명합니다. 눈앞의 물고기를 쫓아다니는 단기적인 투자가 아니라, 미래에 물고기가 모일 만한 유망한 곳들을 미리 찾아 여러 개의 '어항'을 놓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저 아무 곳에나 어항을 두는 것이 아닙니다. 오 단장은 ‘스터디를 많이 하면 먼 미래에 반드시 물고기가 올 곳을 찾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즉, 꾸준한 공부를 통해 ‘식견’을 기르고, AI 혁명과 같은 거대한 흐름을 읽어 그곳에 미리 어항을 놓아두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위기라는 단어에 매몰되기보다, 리스크를 감안하며 가능성이 있는 여러 곳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 그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일 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물고기를 쫓고 있습니까, 아니면 미래를 위한 어항을 놓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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