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장기 투자하면 무조건 오른다." 아마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거의 격언처럼 굳어진 말입니다. 우리는 이 말을 위안 삼아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을 견뎌내곤 합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평생 모은 돈이 하루아침에 반 토막 나고, 30년이 지나도록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이것은 단순한 가정이 아닙니다. 1989년, 일본 주식 시장의 정점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날의 지수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1929년 미국 대공황 당시 투자자들은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400년 주식 시장의 역사를 통해 "주식 시장은 항상 오른다"는 믿음이 과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진실인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은 무엇인지 파헤치는 것입니다.
1. 모든 것은 '검은 금'이라 불린 후추에서 시작됐다
모든 이야기는 1600년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바로 향신료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후추, 육두구 같은 향신료는 금보다 귀하게 여겨졌지만, 이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져오는 과정은 목숨을 건 도박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네덜란드의 여러 무역 회사들이 서로 파괴적인 경쟁을 벌이며 배를 침몰시키고 자원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혼란을 끝내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는 여러 회사를 하나로 합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깁니다. 위험한 항해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분산시키기 위해 대중에게 '지분(Share)'을 판매한 것입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평범한 시민이 주식을 사서 회사의 부분 소유주가 될 수 있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거래를 체계화하기 위해 암스테르담 증권 거래소가 문을 열었고, 주식 시장의 기본 토대인 신뢰와 소유권이라는 두 기둥이 세워졌습니다.
이 토대 위에 시장을 움직이는 세 개의 구조적 기둥이 역동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보상의 약속: 이것이 첫 번째 기둥이자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목숨을 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에 대한 달콤한 대가가 없다면 누구도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 자산과 소유권: 투자자들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대, 무역로, 창고 등 회사의 실물 자산 일부를 소유합니다. 이것이 보상을 실체적으로 뒷받침합니다.
- 추측: 하지만 보상을 얻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위험이 따릅니다. 이 위험 때문에 자산의 미래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게 되고, 바로 이 '의견 불일치'가 세 번째 기둥인 추측을 탄생시킵니다. 추측은 가격 변동과 거래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시장의 엔진입니다.
2. 튤립 투기: 가치는 합의가 아니라 실체에서 나온다
세 개의 기둥 위에 세워진 시장은 곧 '추측'이라는 기둥이 얼마나 불안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을 마주합니다. 바로 17세기 네덜란드를 휩쓴 튤립 투기 광풍(Tulip Mania)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튤립은 단순한 꽃이 아닌 부와 신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정식 증권 거래소가 아닌 주점 뒷방에 모여 튤립 구근을 자산처럼 거래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실제 꽃이 아닌, 꽃의 미래 가치에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선물 시장'이라 부르는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였습니다.
광기는 극에 달해, 희귀 품종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구근 하나에 12,000길더라는 엄청난 금액이 제안되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당시 숙련공의 1년 연봉이 300길더였고, 12,000길더는 암스테르담의 작은 타운하우스 한 채 값보다 비싼 돈이었습니다.
이 거품은 "다른 누군가가 항상 더 비싼 가격에 사줄 것이다"라는 단 하나의 믿음 위에 서 있었습니다. 추측이 보상을 왜곡했고, 자산(튤립 구근)의 가치를 부풀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보상은 깨지고 자산은 붕괴했습니다. 가격은 하룻밤 사이에 폭락했고, 튤립 버블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이 무언가의 가치가 있다고 동의한다고 해서 실제로 가치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3.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시장은 회복돼도 내 인생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건 400년 전 비이성적인 시대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항상 오른다"는 주장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현대적인 반박 사례는 바로 우리 옆 나라 일본에 있습니다.
1980년대 일본의 버블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그 원인은 국제적인 합의에서 비롯됐습니다. 1985년, 5대 경제 강국은 '플라자 합의'를 통해 지나치게 강했던 미국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기로 합니다. 그 결과 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했고, 수출 중심의 일본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5%에서 2.5%까지 대폭 인하했습니다.
하지만 이 엄청나게 풀린 값싼 돈은 기업의 설비 투자나 소비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가며 거대한 투기적 자산 버블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1989년, 일본 은행이 뒤늦게 금리를 인상하자 버블은 터졌습니다. 니케이 225 지수는 1989년 12월 29일, 38,915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기나긴 추락을 시작했습니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증시는 이 고점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한 개인의 삶에 대입해 봅시다. 만약 1988년에 30세였던 직장인이 평생 모은 돈을 일본 증시에 투자했다면, 그의 자산은 30대 중반에 반 토막이 났을 것이고, 가장 활발하게 일해야 할 40대와 50대 내내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채 불안한 노후를 맞이했을 것입니다.
이런 장기 침체는 일본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닙니다. 미국 역시 대공황 시기(1929~1954)에 25년간 시장이 이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무려 16년간 실질 수익률이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4. 가장 중요한 것: 글로벌 시장이 아닌 '나의 개인 경제'
"그래도 100년짜리 차트를 보면 결국 우상향하지 않는가?" 맞습니다. 통계적으로 시장은 항상 회복하고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통계적 진실이 개인 투자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시장의 시간표'와 '나의 재정적 시간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시장은 10년, 20년 뒤에 회복할 수 있지만, 당신에게 돈이 필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일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5년 후에 은퇴한다면, 시장 붕괴는 단순한 헤드라인이 아니라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입니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내년에 대학에 간다면, 시장은 추상적인 힘이 아니라 당신의 스트레스 그 자체가 됩니다.
시장은 항상 상승한다는 말은 돈이 필요할 때 경기 침체인 경우에는 의미가 없거든요. 20년 저축 계획 중 19년에 올해 시장이 폭락하면 결국 회복된다는 사실이 상관없죠.
5. 네 번째 기둥을 세워라: 개인적 책임
우리는 시장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보상, 자산, 추측)을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는 시장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위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네 번째 기둥을 추가합니다. 바로 **'개인적 책임'**입니다.
'개인적 책임'이란, 남들이 말하는 시장의 장밋빛 전망을 맹신하는 대신, 자신의 재정적 목표와 인생 계획,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맞춰 스스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이 언제 오를지를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내가 언제 돈이 필요한지를 계획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영역입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시장이 앞으로 상승할 것인가?"라는 막연한 질문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이 투자가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데려다줄 수 있을까?"
시장은 살아남지만, 당신의 계획이 당신을 구한다
지난 400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입니다. 시장 자체는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가졌지만, 그 거대한 흐름 속의 개인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튤립 투기로 전 재산을 잃은 사람들, 대공황의 끝을 보지 못하고 스러져간 투자자들, 잃어버린 30년의 터널 속에서 은퇴를 맞이한 일본의 수많은 개인들. 시장은 회복했지만, 그들의 인생은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시장이 항상 오른다"는 말을 위안으로 삼되, 결코 보장으로 여기지 마십시오. 당신의 투자를 지켜줄 유일한 보장은 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당신 자신만의 계획과 준비, 그리고 이해에서 나옵니다. 향신료 무역에서 시작된 이 놀라운 발명품은 엄청난 부를 창출했지만, 오직 그것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에게만 그랬습니다. 당신도 그중 한 명이 되십시오.
100년짜리 시장 차트는 아름답지만, 당신이 사는 곳은 그 차트 위의 단 하나의 점입니다.

댓글 쓰기